숫자에 매몰되어 있진 않은가. 2006년, 사회생활하면서 점심시간마다 나오는 주제, CMA통장, 주식, 부동산. 2021년, 현재 직장 밥상머리에서 나오는 주제, 가상화폐. 글치... 돈, 중요하지. 돈이 없으면, 생활이 힘들어지지. 근데 삶이란게, 그런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좋은 책을 읽고, 내용에 대해 독서토론도 하고, 어항 하나 주워 와서, 안에 물고기도 키워 보기도 하고, 어렸을 때, 돈이 없어 못 샀던 장난감과 게임기도 사서 해보고, 때로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홀로 돌아다니면서 마음의 양식도 충족하고, 가까이 팬시점에서 새로 나온 알록달록한 문구용품들 구경도 하고, 가족들과 소소히 고기도 구워 먹으며, 조용히 어디론가 홀홀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는 것. 그리고 자기가 한 것을, 직장 점심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자랑할 수 있는 것. 그것 역시 삶, 아니겠는가. 이 모든 걸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데, 글쎄... 이걸 한꺼번에 다~할 필요도 없거니와, 현재 삶에서, 소소하게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각박하게 벌지는 않는 사람들 아닌가. 돈, 벌면 신나고 좋지. 근데, 그걸 쓰면, 더 신나고 좋아. 돈을 번 이야기 보다, 그걸 신나게 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삶을 살면서, 가끔씩 멈춰 자신이 걸어온 발자국을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창가에 제라늄 꽃이 피어 있는 벽돌집을 볼 것인가, 아니면, 몇 십 억원짜리, 몇 ㎡짜리 집을 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