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익후, 이게 몇 년만에 포스팅인가.
이사도 했겠다 수생식물을 키워보기 위해 학수고대하던 수련을 질렀다. 물론 함께 시페루스랄지 해오라기사초 같은 물 가에 사는 식물도 같이 질러줬다. 그리하여 도착한 수련과 시페루스는 생각보다 너무 컸고 - 그냥 연을 사지 않은 이유는 너무 커서인데 - 해오라기사초는 너무 작았다.
하루 정도 지났는데, 물이 제법 맑게 가라앉았다. 나중에 기회 봐서 송사리 두 어 마리 풀어봐야지.
그래도 그렇게 기대하던 수련이기에 제법 큰 화분에 흙 깔고 물 붓고 수련을 심었는데, 아뿔사... 그냥 진흙이 아니라 피토니스라는 이끼로 만들어진 흙이라 모두 물 위로 둥둥 떴다. 덕분에 화분은 완전 진흙탕이었고, 실망이 컸다. 뜬 흙이 물 먹으면 좀 나아지겠지 싶어 며칠 방치했는데도 물위에 층을 이뤄버린 피토니스는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상상했던 건 맑게 가라앉은 물에 연잎과 꽃이 동실동실 떠 있고, 아래로 금붕어나 송사리 서너 마리가 노니는 걸 기대했건만... 이런 화분에 물고기를 넣으면 바로 지옥행 급행열차를 탈 것 같았다.
암만 생각해봐도 화분 깊이가 마음에 안 들어 주인님과 합의해서 조금 비싼 수반을 사기로 했는데, 보통 수반이 깊이가 지금 쓰는 화분보다 훨씬 얕고, 수련을 키우기 위한 수반은 주인님이 별로 내키지 않는 질그릇(장독 같은) 재질이 전부였다. 게다가 디자인도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비싸서 차라리 마트에서 본 물렁한 고무재질 휴지통을 쓸까도 생각했지만, 뭐랄까... 너무 어울리지 않다고 할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던 그때, 주인님께서 수련 키우는 법을 검색해보라고 했다. 별 기대 안 했는데, 오호라~ 제법 괜찮은 정보를 발견했다. 그런데 마사토도 필요하고 생명토라고 뻘 같은 진흙도 필요한데, 집에 아무것도 없잖아? 아마 안 될꺼야... 하고 있다가 번뜩 입주기간동안 몽골천막 같은 곳에 인터넷이나 아니면 인터넷이나 아니면 인터넷 같은 영업하는 곳 바로 옆에 화분 영업하는 곳이 있어 그곳에 재료를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가지고 주인님 꼬득여 내려갔다. 생명토는 없을 것 같고 - 더군다나 있냐고 물어보는 것 자체를 까먹었다 - 마사토랑 하이드로볼를 내냉큼 사서 작업을 시작했다.
- 준비
- 사 온 마사토와 하이드로볼을 따로따로 물에 적당히 씻어 먼지를 제거하자. 이 과정을 생략하면 나중에도 흙먼지 날리는 물이 만들어진다. (어흑!)
- 먼저 수련을 거둬 줄기와 잎만 대충 씻기고 따로 놔둔다. 이때 죽은 줄기는 적당히 쳐내자.
- 화분에 두둥실 떠 있는 흙(피토니스)을 떠낸 뒤, 물을 버린다. 이때 아래에 가라앉은 흙은 수련을 심기 위해 남겨둔다.
- 화분 만들기
- 따로 보관한 수련을 조심스럽게 흙에 심는다. 심을 때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하자.
- 뿌리가 닿지 않는 구석탱이에 비료조각을 한 두 개 심어놓는다.
- 마사토를 부어 진흙 위에 두껍게 깐다. 이때 수련 줄기를 잘 잡아서 마사토에 깔리지 않게 하자.
- 하이드로볼을 부어 마사토 위에 두껍게 깐다. 역시나 수련 줄기를 잘 잡아주자.
- 물을 수압이 세지 않도록 하여 천천히 화분을 채운다.
- 물 속에 먼지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다.
- 감상한다.
하루 정도 지났는데, 물이 제법 맑게 가라앉았다. 나중에 기회 봐서 송사리 두 어 마리 풀어봐야지.
덧글: 그나저나 언제 해오라기 사초랑 시피루스 정리하지.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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